미국 신혼여행 5편은 아래 링크 (코카콜라 스토어, 엠앤엠 스토어,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 LA 북창동 순두부 본점)
LA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약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6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더 머물고 싶다가도, 미쳐버린 물가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는 싫고... 그 와중에 날씨는 또 왜 이리 좋은지. ㅋㅋㅋ
아무튼 체크아웃을 하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로 나왔다. 호텔 바로 앞인데 마지막날 되어서야 나와본 내가 레전드.
이병헌 핸드프린팅이 있는 차이니즈 극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천막이 쳐져있었다. 극장도 잘 안 보이고 들어갈 수도 없어서 다시 돌아왔다.
핫 앤 쥬시 (Hot N juicy Crawfish)
라스베가스에서 먹으려다가 못 먹은 핫앤쥬시. 빨간 양념에 각종 해산물을 넣고 쪄낸 '씨푸드보일'이라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스타일 음식을 파는 곳이다.
가재랑 양념이 봉지안에 버무려진 비쥬얼이 아점으로 먹기에 그리 적합해 보이진 않지만, 블로그에서는 다들 맛있다고 난리니 맛이 궁금하였다. 한국에 없는 가게이기도 하고.
오픈 시간에 와서 그런지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다. 앉아서 잡담하던 직원들도 '이 시간에 벌써?' 하는 표정. 손님이 아무도 없는 우리도 살짝 당황. 다행히(?) 나중에 손님이 한 팀 더 오긴 했음. ㅋㅋ
서비스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메뉴판 하나 갖다주는데도 세월아 네월아...
우리는 메인으로 'Get your feet wet'이라는 메뉴를 주문했고, 사이드로 깔라마리와 밥 한 공기, 그리고 사이다 한잔을 시켰다.
가재랑 새우를 따로 시켜도 되는데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으면 Get your feet wet을 시키면 된다.
가재 1파운드, 새우 1파운드, 소시지 12개, 옥수수 2개, 감자 2개가 들어있다.
여기서 새우 머리를 떼고 먹을지 통째로 먹을지 선택하고, 소스와 맵기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핫앤쥬시 소스에 맵기는 중간 맵기로 선택.
깔라마리가 먼저 나왔다. 깔라마리는 오징어 같은 건데 더 작고 식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우리가 평소먹는 오징어 튀김보다 훨씬 연하고 맛이 괜찮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인메뉴도 나왔다. 봉지를 열기 전부터 마늘향이 확 나는 것이 먹기도 전에 '이건 한국인이 싫어할 수 없는 음식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법은 따로 없다. 비닐장갑을 끼고 가재와 새우 껍데기를 까서 와구와구 먹으면 된다. ㅋㅋㅋ
근데 막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봤던것 처럼 '와 존맛탱!' 이 정도 까진 아니었고 그냥 '한번쯤 먹을만하네...' 정도 ㅎㅎ
둘이서 이렇게 먹고 금액은 팁까지 대략 $54 나왔다.
배스앤 바디웍스(Bath and body works)
게티센터에 가기 전 와이프가 배스앤 바디웍스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 마침 우리는 새 캐리어가 필요해서 로스(ROSS)에도 가야 했다. 근데 운 좋게 배스앤 바디웍스와 로스가 같이 있는 쇼핑센터를 찾았다.
위치는 4550 W Pico Blvd C2322, Los Angeles, CA
여자들이 정말 좋아라하는 배스 앤 바디웍스. 난생처음 들어봤는데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해서 직구도 많이 하는 듯.ㅋㅋ짝꿍이는 들어가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매장 안을 요리조리... 아이고 귀여워라.ㅋㅋㅋ 제품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세일도 상시 하는 것 같았다.
점원들도 친절했는데, 뭐 찾는거 있니~, 좋아하는 향기가 있니~, 따라다니면서 계속 물어봤다.
재밌는 일(?)도 하나 있었는데, 점원과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다가 "우리 한국에서 왔고 신혼여행 중이야~"하니까 놀라는 표정으로 "오 정말 축하해~!" 하더니 바디워시, 로션, 소금 등이 있는 세트를 주섬주섬 들고 오는 것이었다. "Um~ 니가 허니문이니까 이것들이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블라블라..." 하길래 나는 '이 사람 재량으로 공짜로 주는 건가? or 할인을 해주는 건가?' 하고 되게 감동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단순 '제품 추천'이었던 것이다.(도대체 왜 갖고 온거야!?) 내가 살짝 실망한 표정을 보이니까 그때부터는 서로 어색 어색... 그 이후로는 점원이 안 따라다녔다는 웃픈 이야기...ㅋㅋㅋ
아무튼 나도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손세정제 향기를 맡아보니 좋아서 선물용으로 몇 개 샀고, 와이프도 손세정제, 바디워시, 바디로션 등 이것저것 담아와서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고 잘 쓰고 있다. ㅎㅎ
미국 가면 선물용으로 살만한 게 은근히 없다. 웬만한 미제 물건들은 한국에 다 있음.
근데 배쓰앤 바디웍스는 아직 한국에 매장이 없고 세일도 많이 해서(5개 사면 $25 이런 식) 선물용으로 사기 딱 좋다!
(대신 제품 특성상 무게도 많이 나가고 파손 위험이 있으니 너무 많이 사기는 힘들다는 게 단점ㅎㅎ)
로스(ROSS)
로스는 각종 패션잡화와 생활용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아울렛 매장이다.
한국에서는 신혼부부들이(특히 하와이) 캐리어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라고 한다.
저렴하긴 한데, 저렴한 건 이유가 있는 법이다. 팔다 팔다 안 팔리는 물건들을 가져다 놓은 것 같다.ㅋㅋㅋ 근데 보물찾기 하듯이 잘 찾아보면 건질 게 있다고 한다.
캐리어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저렴하긴 했지만 역시 뭔가 잘 안 팔리게 생긴 것들이 많았다. 여기서 열심히 찾고 찾아 녹색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87에 구매했다. "오 샘소나이트를 87불에 구매하면 엄청 저렴한 거 아니냐?!"
하지만 뭔가 샘소스럽지 않게 퀄리티도 좀 떨어지고 잠금장치도 없는 '이름만 샘소나이트'였다. 아마 최하급 라인인듯ㅋㅋㅋ 그래도 나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게티센터 (Getty Center)
쇼핑을 다 마치고 LA 관광지로 아주 유명한 게티센터를 갔다.
여기는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차를 타고 가는 걸 추천한다. 예전에 버스 타고 갔는데 한참 걸렸었음.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방문자 수를 제한하는지 홈페이지에서 미리 방문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아래 링크 참고)
참고로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비는 15불이다.
게티 센터는 석유 재벌로 유명한 장 폴 게티의 생전 수집품을 모아 전시해놓은 곳인데, 1997년에 설립되어 올해 25주년을 맞이했다. 여기는 건물과 정원도 아름답지만, 개인이 모았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미술 수집품들이 진짜 대단하다. 우리가 잘 아는 고흐, 모네, 마네의 작품도 있다. 이런 유명 작품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이것이 게티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고흐의 아이리스.
중요한 작품이라 그런지 직원 한 명이 지키고 서있었다. 난 예술에 조예가 깊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특유의 이글이글 거리는 그림체가 딱 '고흐 그림이구나.'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ㅋㅋㅋ
우리가 한참을 서서 감상했던건 따로있었는데, 바로 조반니 세간티니의 Spring in the Alps 작품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온 알프스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이 그림은 뭔가 일하기 싫어하는 마부의 표정도 재밌고, 가까에서 살펴보면 그림의 질감도 되게 특이하다.
가느다란 붓으로 하나하나 칠해놓아서 들판에 있는 풀의 질감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캬! 좋다.
게티센터는 그림뿐만 아니라 도자기, 동상 등등... 좋은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다.
정말 볼거리가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 다 못 본 게 아쉽다. 특히 우리가 갔을 때는 해부학 그림을 모아놓은 전시회도 하고 있었는데 이걸 못 봐서 너무너무 아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게티센터를 찾는 또 다른 이유. LA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뷰가 대박이기 때문이다!
너무 그리운 LA의 파란 하늘. 또다시 볼 수 있을까?
전시관 아래에 있는 정원으로 내려와 포토타임. 물도 졸졸졸 흐르고 아이들도 뛰어다니고... 평화로운 게티센터ㅎㅎ
그리고 들판에 누워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게티센터는 꼭 하루 날 잡고 가는 걸 추천한다. 전시관을 찬찬히 둘러보고 커피 한잔 사 가지고 들판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그 보다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이제 슬슬 공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시간아 제발 멈춰라ㅠㅠ
중간에 타겟(Target)에 들러 각종 미국 까까들과 초콜릿을 사고, 우리의 마지막 만찬(?) 장소인 인앤아웃으로 갔다.
미국의 3대 버거, 미국 서부의 명물, 인 앤 아웃을 여행 마지막 날에서야 먹는군. ㅋㅋ
여기는 원래도 인기가 많은 곳이었지만 공항 근처라 그런지 사람이 더 많았다.
드라이브 스루는 엄두도 못 내겠고, 주차장을 겨우 찾아 식당에 들어갔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춉춉...오오옷!! 미미!! 왜 이걸 마지막 날에서야 먹었지? 한번 더 먹고 가야 하는데 흑흑...
더블더블에 그릴드 어니언 추가는 진리입니다 여러분!
맥도날드, 버거킹과 비교하자면 빵이 폭신하니 맛있고 재료가 신선하다. 햄버거는 육즙 줄줄 자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인데 여기는 자극적이지 않고도 맛있음. 감자튀김도 존맛이다. 생감자를 바로 썰어서 튀겨주기 때문에 포슬포슬하고 신선한 느낌. 제발 한국에 들어와 주세요 인앤아웃!
저녁을 다 먹고 렌트카를 반납하며 이번 여행은 끝!
공항 가는 버스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니 아침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이 또다시 들었다.
좋기도 하면서 싫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한 그런 신혼여행이었다.
살다 보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들이 더러 있는데, 이번 여행도 그랬던 것 같다.
'내 직장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짧아져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 와중에 와이프는 첫날부터 지독한 감기에 걸려 여행 내내 고생하였다.'
'라스베가스에서 맛없는 식사를 하고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신혼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행복하지는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은 순간이나 힘든 순간이나 이 사람과 함께 했다는 것이고, 서로를 위해 배려해가며 여행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랑의 힘...?!)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 신혼여행이 앞으로 펼쳐질 결혼생활의 맛보기가 아니었나 싶다. ㅎㅎ
좋을 때는 함께 있으니 더 좋고, 힘들 때는 이번 여행에서처럼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면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교훈을 얻으며 미국 신혼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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