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는 안 좋은데 물가도 많이 오르고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고... 너무 많이 오른 거 같아 인플레이션을 검색했다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같이 공부했다.
사실 난 이런 거시경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 미쳐버린 집값 때문에 도통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다. 왜 하필 내가 집을 사야 할 시기가 오니까 이렇게 폭등해버린 거냐고! (어? 주식 오른 건 내가 잘해서 그런 거고...ㅋㅋ)
마침 유튜브 '전인구 경제연구소'에서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름의 내용을 추가하여 정리해 보았음!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스태그네이션은 '경기 침체'라는 뜻이고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경기가 안 좋은데 물가까지 오른다고?!
1. 인플레이션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을 알아보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먼저 알아보자.
인플레이션은 많이 들어봐서 경린이(?)들도 조금은 익숙할 것이다.
통화량이 늘어나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 경기가 좋다 >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고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난다 >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다.
* 기업이 물건을 많이 만들려고 석유 같은 원자재 수요를 늘린다 > 수요가 늘어나니 원자재 가격도 오른다 > 그렇게 되면 물건을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서 결국 물건 가격이 올라간다.
* 돈이 많이 풀렸으니까 돈 가치가 줄어든다 >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까 부동산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돈을 마구마구 열심히 찍어대고 있다.
위 그림은 미국의 M2 통화량인데 2020년 코로나 때 '양적완화'로 돈을 엄청 많이 풀어서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한 걸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짜장면이다 ㅎㅎ
1985년도에는 짜장면이 500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 지금은 6000원이다.
35년 동안 짜장면 가격은 12배가 올랐다. 후들후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돈을 많이 풀어서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가가 마구마구 오르는 상태를 국가에서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월급은 많이 오르지도 않는데 물가는 월급 상승분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가면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GDP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으면 국가에서는 돈 푸는걸 서서히 줄여서 경기가 과열되는 걸 막는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테이퍼링, 금리인상이다.
테이퍼링은 돈을 푸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고, 금리 인상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이 갚아야 하는 이자도 늘어나니까 투자를 줄이게 된다.
갑자기 금리를 확 올리면 빚을 냈던 기업과 개인이 망하고 경기가 침체되니까 과열되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살짝 컨트롤하면서 경기가 천천히 아름답게(?) 좋아지도록 한다.
2.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호황기 때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온다.
근데 스테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었는데 인플레이션이 오는 걸 말한다.
경기가 안 좋은데 물가가 왜 오르는 거야?!
그건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돈이 풀리면 앞서 인플레이션 때 말한 것처럼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되고 고용이 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게 정상이다.
근데 돈은 계속 풀었는데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그동안 풀었던 돈들은 고스란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금 코로나 같은 상황이 되겠다.
코로나라는 재난이 터지자 미국 연준에서는 금리를 0.25%로 확 낮추고 양적완화로 돈을 엄청 풀었다.
근데 기업에서는 고용을 하지 않고 사람들도 취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코로나 감염 위험도 있고 나라에서 실업수당을 주니까 이걸로 먹고살지 굳이 힘들게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실업률이 개선되질 않는 것이다.
이렇게 경기는 안 좋은데 물가는 오르고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계속 올라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물가 안정을 위해 나라에서는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해버리면 저금리로 무리한 투자를 한 기업과 영끌로 집을 산 개인은 부채 상환 부담으로 망하게 된다.
그래서 금리인상 시기를 자꾸 미루게 되고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더 풀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
돈을 더 푸니까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게 된다.
이 노답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찌되었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것도 아주 크게 올려야 한다.
근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을까?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엄청 올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금리를 올리면 기업과 가계가 망한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고 모든 비난과 원망은 고스란히 그 지도자가 다 받아야 하는데 금리를 확 올릴 수 있을까...? 인기 영합주의가 패시브 스킬인 정치인에게는 요원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 ㅋㅋㅋ
3. 스태그플레이션 어떻게 해결할까...?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연준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 (Paul Volcker).
(참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 줄여서 연준)는 미국 정부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다. 세계의 경제가 미국에 종속(?)되어있다시피 하다 보니, 연준 의장 자리는 '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1979년 폴 볼커가 연준 의장이 되었을 때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였다.
1973년에 일어난 1차 오일쇼크와 1979년에 일어난 2차 오일쇼크로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1%가 넘어가는데 실업률은 폭등하고 있었다.
그래서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취임 당시 11%대였던 금리를 21%까지 올려버렸다. 결국 물가상승률은 3.2%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대신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금리가 엄청나게 올라버렸으니 불경기가 찾아왔다. 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했고 사람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실업률이 10%대까지 올라갔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연준 청사에 찾아와 시위를 했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폴 볼커는 호신용으로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ㄷㄷㄷ
불경기에 대한 책임으로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80년 미국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참패하며 재선에 실패를 하게 되었다... (이런 선례가 있으니 지도자들이 금리인상을 크게 할 수 있겠냐고)
당시 모두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폴 볼커였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오히려 미국 경제에 좋은 상황이 되었다.
21%나 올린 금리 덕분에 연준이 정책을 펼치기 쉬워진 것이다. 경기가 조금만 나쁘다 싶으면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부양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후로 긴 호황을 맞게 된 미국 경제~
4. 다시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의 징조가 보이는 걸까?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리먼 브라더스 파선 직전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굉장히 높았고 주식 부동산이 마구 올랐다.
근데 경기는 2006년을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성장을 못하고 자산시장은 버블버블...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
2021년 8월 미국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4%로 2008년 8월 5.6%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서 물가 인상의 압박이 있고,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
실업수당이 들어오니 사람들이 취업하기 싫어하기도 한다. 탱자탱자 놀아도 돈이 들어오는데 뭐하러 일해.
(주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실업수당으로 한 달에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도 받는다고 한다.)
거기다 한국이고 미국이고 전 세계의 부동산이 폭등했다. 집을 비싸게 주고 산 집주인은 임대료를 맞춰야 하니까 임대료도 폭등했다.
그런데 돈은 아직까지도 계속 풀리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자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빠르게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했다.
예상대로라면 경기가 회복되야 하는데 델타 변이니 뭐니 하면서 코로나가 장기화 되서 회복이 어렵다.
그래서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
폭등하는 물가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파월은 맨날 고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고용이 많이 되어 실업률이 낮아지면 그때 테이퍼링을 하던지 금리인상을 하던지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고용지표가 좋아지질 않는다.
최근 발표된 8월 미국 비농업 고용지수는 예측치 75만 건을 크게 하회하는 23.5만 건이 나왔다.
고용이 좋아져야 테이퍼링이니 금리인상이니 한다는데 언제 좋아질까?
지금 이 시간에도 달러 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고 반대로 부동산, 주식, 금, 비트코인, 원자재 등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혹자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수 조 달러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같은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 바이든 앞에서 금리인상을 한다고 했다가는 자신의 연임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연임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빠르게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파월은 사실 2018년 연준 의장이 되고 나서 금리를 올리고 있었다.
파월의 금리인상으로 미국 증시가 많이 하락하는 바람에 화가 난 트럼프가 파월을 해고하니 마니 할 정도였다 ㅋㅋ)
당시 엄청난 금리인상으로 욕을 먹었지만 훗날 좋은 평가를 받았던 폴 볼커.
그리고 볼커의 후임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와 유동성 정책을 펼쳐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명성에 금이 가게 된 옐런 그린스펀의 선례도 연준 의장인 파월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는 탄탄하기 때문에 쉽게 스태그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부 사람들만 걱정하고 있으며 주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돈 풀기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때가 되면 워런 버핏이 또 한 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말할지도...?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들도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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