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리모델링'이 유행이다.
특히 20년 전후된 아파트들을 보면 너도나도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현수막을 붙여놨다.
난 처음에 리모델링이라는 게 흔히 알고 있는 오래된 집 내부를 새것으로 고쳐 쓰는 그런 건 줄 알고 '자기 집 하나 리모델링하는 게 뭐 자랑이라고 요란하게 현수막까지 붙여놨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리모델링이라는 게 집 한 채 고치는 게 아니고 아파트 건물 전체를 바꾸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잉? 아파트 건물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아닌가요?
놉!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또 다르다.
재건축은 원래 있던 아파트를 전부 와르르 무너뜨린 다음에 완전히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아파트를 무너뜨리지 않고 기본 뼈대는 살려놓은 다음에 거기에 새로운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음...? 그럼 리모델링 아파트는 새 아파트가 되는 건가 아니면 여전히 헌 아파트인가?!)
아무튼 말로만 들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사진을 보도록 하자.
인터넷에 리모델링 성공사례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당산동 쌍용예가클래식' 아파트이다. 준공년도는 2010년.
1. 원래는 1978년에 지어진 당산동 평화아파트.
2. 리모델링 사업 시작.
아파트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고 요렇게 뼈대만 살려놓았다.
3. 오래된 아파트는 주차난이 심각하다. 그래서 가운데 보면 지하주차장을 새로 파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아파트 건물을 자세히 보면 기존에 더해 새로운 구조물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게 보인다.
저 공간만큼 내 집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4. 구조물이 다 올라간 모습. 예전 모습과 비교해서 아파트가 뚱뚱해진 걸 볼 수 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런 걸 '수평증축'이라고 한다.
5. 리모델링이 완료된 모습.
어떤가? 리모델링을 하고 나니 완전 새로운 아파트가 되었다. 기존 아파트보다 훨씬 보기 좋고 예쁘다 ㅎㅎ
기존에 낙후된 아파트에서 새로운 아파트로 탈바꿈하였으니 거주환경도 좋아졌고, 구축 아파트 모습을 하고 있었으면 많이 오르지 못했을 집값도 요즘 같은 부동산 활황기를 등에 업고 더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여기서 의문점이 또 생긴다.
리모델링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건 좋은데, 굳이 이렇게 조심~조심~ 뼈대를 살려가며 힘들게 지을 필요가 있나요?
싹 다 부숴버리고 새로 지으면 건물 모양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건물 배치도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다 부수고 재건축을 하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리모델링을 하는 이유는 재건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하는 것이다.
일단 재건축을 하려면 사업성이 있어야 한다.
재건축이라는 게 아파트가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하는 건 또 아니다. 사업성이 없으면 진행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용적률 낮은 5층짜리 800세대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치자.
재건축하면서 남은 용적률을 끌어 써서 추가로 400세대 일반분양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일반분양 수익으로 인해 기존에 살던 800세대 사람들(조합원)은 낮은 분담금으로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좋고, 건설사도 수익이 늘어나서 좋고 모두가 기쁜 사업이 된다.
하지만 이런 용적률 낮은 5층 아파트는 70~80년대 지어진 것들이 많고, 90년대~200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을 보면 대부분 20층 정도로 층수가 높다. 이런 아파트들은 이미 용적률도 200~300%대로 다 끌어다 써서 더 이상 사용할 용적률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이 좋지 않다.
(위 이야기는 예시를 든 것일 뿐, 무조건 5층짜리 아파트가 용적률이 낮고 20층짜리 아파트가 용적률이 높다고는 할 수 없음. 층수 높아도 용적률 낮아서 재건축 사업성 나오는 아파트 단지들 있음. 또 재건축 사업성을 따지는 데 있어 용적률 하나의 요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여간 재건축을 할 수 없는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조합원 분담금과 수익성 면에서 차라리 더 나은 방법인 것이다.
거기다 요즘은 리모델링이 핫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정부에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너무 빡세게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는 대표적으로
1.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평균 3,000만 원을 넘길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을 국가 환수하는... 아무리 무주택자인 내가 생각해도 정부에서 재건축으로 돈 버는 게 너무 배 아파서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정신 나간 제도.
2. 임대주택 의무
재건축하면 일정 부분 임대주택을 넣어야 함. 지역마다 상이한데 최대 15%로 알고 있음. 일반분양받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임대를 넣어버리면 사업성도 떨어지고, 아파트 이미지 관리(?)에도 좋지 않다.
3.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투기과열지구 기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하면 조합원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현금청산당한다.
(이것도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더 빡시게 규제하려고 있다.)
(리모델링 절차에 대해 알고 싶으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 조합설립인가와 안전진단 통과가 얼마나 초기단계인지 알 수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위에 언급한 규제들이 전혀 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재건축 사업성 나오는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진행할 일은 없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이 이랬다 저랬다...
아무튼 오늘은 '아! 리모델링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개념만 알아보도록 하자.
다음 포스팅에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비교해보고 리모델링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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